‘두 남자와 한 앙상블, 얼티밋 카운터테너의 밤’이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펼쳐집니다. 중성적인 음색으로 세계를 매료시킨 데이빗 대니얼스와 크리스토프 뒤모, 그리고 세종솔로이스츠의 조화가 기대되는 무대입니다.
중성적 매력의 정수, 두 명의 카운터테너가 만드는 밤
카운터테너는 남성임에도 훈련을 통해 여성의 음역을 소화하는 독특한 성악 보컬 영역이다. 이 중에서도 미국의 데이빗 대니얼스와 프랑스의 크리스토프 뒤모는 각각의 개성과 매력으로 세계적인 인정을 받아온 인물들이다. 특히 대니얼스는 1990년대부터 지금까지 카운터테너의 기준이라 불릴 정도로 그 입지를 공고히 해왔으며, 이번 공연의 무대에서도 그의 존재감은 단연 독보적이다.
대니얼스는 어린 시절 보이 소프라노로 시작해 테너를 거쳐 결국 자신의 천부적 재능을 살려 카운터테너의 길로 들어섰다. 그의 음색은 품위 있고 서늘하며, 공명점이 낮게 느껴지면서도 내면에 잠재된 감정을 깊이 있게 전달한다. 대니얼스는 단순한 음역의 구사에 그치지 않고, 가사의 본질과 감정에 최대한 접근하려는 노력으로 청중에게 예술적 감동을 전한다.
한편, 이번 공연을 통해 국내 팬들에게 처음 소개되는 크리스토프 뒤모는 섬세하고 정제된 톤, 자연스러운 비브라토, 높은 음역의 명료함으로 새로운 세대의 대표주자로 주목받고 있다. 헨델과 비발디를 중심으로 한 바로크 레퍼토리에 강점을 지니고 있으며, 최근에는 독일과 오스트리아, 프랑스를 오가며 유럽 무대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특히 헨델의 오페라에서 보여주는 캐릭터 해석과 음성 연기는 뚜렷한 포커싱과 감성적 분절법이 더해져, 중성적 매력 속에서도 인간적인 따뜻함을 선사한다.
이러한 두 명의 카운터테너가 하나의 무대에서 서로 다른 색채로 엮어나가는 노래는 단순한 앙상블이 아니라, 성악의 예술성과 표현력을 깊이 있게 체험할 수 있는 특별한 기회가 될 것이다. 음색과 해석, 무대 매너까지 모든 면에서 대조적이면서도 조화를 이루는 이들의 공연은, 중성적 보이스의 아름다움과 예술적 깊이를 동시에 경험할 수 있는 무대로 손꼽힌다.
예술성과 완성도를 겸비한 앙상블, 세종솔로이스츠
세종솔로이스츠는 1994년 줄리어드 음대의 강효 교수를 주축으로 창단된 실내악단으로, 창단 이래 국내외에서 예술성과 대중성을 모두 갖춘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이들은 아스펜 음악제와 대관령국제음악제의 상임 실내악단으로도 활약하며, 미국 공영방송 NPR에서 정기적으로 연주가 방송될 만큼 국제적인 인지도를 쌓아왔다.
악단의 이름은 조선의 명군주 세종대왕에서 비롯되었으며, 그 이름처럼 정제되고 학구적인 음악을 통해 문화적 깊이와 품격을 전하고 있다. 비발디의 사계, 하이든과 바버의 협주곡 등 주요 클래식 레퍼토리를 다양한 아티스트와 협연해왔고, 이러한 음반들은 전 세계 라디오에서 자주 연주되며 널리 알려져 있다. 특히 바이올리니스트 길 샤함, 첼리스트 초량린 등 세계적 연주자들과의 협연을 통해 앙상블의 수준을 한층 높여왔다는 점에서도 이들의 실력을 짐작할 수 있다.
세종솔로이스츠는 단순히 반주 역할에 머무르지 않는다. 이들은 각 곡의 분위기와 감정을 섬세하게 읽어내며 독창자와의 긴밀한 호흡을 이끌어낸다. 이번 공연에서도 이들은 단독 연주곡뿐 아니라, 각 스테이지의 서곡을 맡으며 콘서트의 흐름과 긴장감을 조율한다. 헨델의 솔로몬 서곡, 퍼셀의 샤콘 등이 그 예로, 바로크 시대 음악의 정수를 담은 이 곡들은 공연 전체에 일관된 미학적 결을 제공할 것이다.
한 편의 연극처럼 진행되는 성악 무대에서 앙상블은 배우의 숨결을 가장 가까이에서 느끼고 받아주는 또 하나의 주인공이다. 세종솔로이스츠는 바로 이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며, 음과 음 사이에 존재하는 미묘한 정서적 공명을 정확하게 전달한다. 이런 정교한 호흡과 섬세한 균형감은 이들의 음악이 항상 높은 평가를 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초여름의 향연, 헨델과 비발디, 퍼셀로 엮어낸 프로그램
이번 공연의 레퍼토리는 바로크 음악의 진수를 보여주는 헨델, 비발디, 퍼셀의 작품들로 구성되었다. 특히 각 작곡가의 대표적인 아리아와 협주곡을 선별하여 카운터테너의 매력을 극대화하고, 실내악단의 섬세한 표현력과 어우러지도록 기획되었다. 공연은 총 세 파트로 나뉘어 진행되며, 각 파트는 독립적인 감상 포인트를 제공하면서도 유기적인 흐름으로 연결된다.
1부에서는 데이빗 대니얼스가 헨델의 오페라 중 ‘로델린다’의 아리아를 비롯해 숙연하고 내면적인 감정을 표현하는 곡들을 선보인다. 특히 ‘영광이여 어디 있는가’는 그의 깊이 있는 음성과 성찰적인 해석이 어우러져 카운터테너의 미학적 정점을 보여준다. 이어 크리스토프 뒤모가 헨델의 ‘아리오단테’ 중 화려한 기교가 돋보이는 아리아를 선보이며, 극적인 표현력과 뛰어난 음역 소화 능력을 입증한다.
2부에서는 세종솔로이스츠의 주도로 비발디의 두 대의 바이올린을 위한 협주곡 D단조가 연주된다. 이 곡은 바로크 특유의 역동성과 대위법적 구성, 그리고 정교한 주제 전개를 통해 실내악단의 기량을 뚜렷이 드러내는 곡으로 평가받는다. 두 명의 바이올리니스트가 선보이는 화려한 주고받음 속에서, 청중은 악기 자체의 언어와 감정을 고스란히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3부에서는 두 카운터테너가 함께 헨리 퍼셀의 듀오곡을 선보이며 무대의 클라이맥스를 장식한다. 퍼셀은 영국 바로크 음악의 거장으로, 그의 작품에는 우아하면서도 깊은 정서가 깃들어 있다. 두 명의 남성 성악가가 한 곡에서 교차하며 만드는 화음과 감정의 흐름은, 단순한 이중창을 넘어 시대와 감성을 초월하는 예술적 대화가 될 것이다.
이번 무대는 단순한 콘서트를 넘어 성악과 기악, 고전과 현대의 감성이 조화롭게 어우러지는 예술적 사건이다. 바로크의 정수를 탐험하고 싶은 이들에게, 그리고 중성적 음색이 전하는 독특한 미학에 관심 있는 이들에게 이 공연은 감동 이상의 경험을 선사할 것이다.